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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로움과 여유로움

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2024. 3. 6. 22:11

 

남양주 팔당, 한강 뮤지엄에서 바라본 한강

 

숙제가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논문을 끝내고 연말, 연초에는 사람들 만나느라 바빴고, 2월엔 크고 작은 행사에 뛰어 다니느라 바빴다. 3월이 시작되었는데, 내 캘린더엔 소소한 일정을 제외하곤 텅텅 비어있다. 지난 3년간 못 챙겨주어 미안했던 가족들에게 아침 식사를 챙기겠다고 선언했지만, 굳이 안그래도 된다고..(그들은 너그러운 건가.. 아님 포기한건가;; 어쨌든 고맙다).

오전 느즈막히 일어나니.. 모두 회사가고, 학교 가고....  아무도 없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한참 바쁠때는 바쁘다고 징징댔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다 내가 선택하고, 자초한 일이였지만, 스물스물 올라오는 내 한계에 대한 자책과 억울함이 팽배했다. 그런데, 별다른 일정 없이 놀고 있는 지금은? 분명히 여유있는 일상이긴 한데, 잉여롭다고 느껴진다. 어딘가 내 몫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고, 뒤쳐지는 것 같고, 이러다 영영 일을 못하게 되는건 아닌지 불안함이 몰려온다.

 

올해 초에 내가 가져가야 할 삶의 태도로 나는 '의연함'을 꼽았다. 학위를 취득한 것이 장및빛 미래를 가져다 주지 않을거라고 경계하면서, 분명 이럴 것을 예상하고, 어떤 상황이 와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차분히 내 것을 채우는데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숙제로 가득찼던 일상에서 벗어나니 다짐이 무색하게 불안의 소용돌이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마음 속 커다란 불안이 자리를 잡으니 좋아하는 영화를 봐도 드라마를 봐도 즐겁지 않았다. 카리나가 연애한다고? 좋을 때다. 근데 그게 나랑 뭔상관..?? 잔뜩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인터넷을 기웃거리다가 '의연함'에 불을 지필 이야기를 접했다. 유해진 배우가 유퀴즈에서 나와서 선배로부터 들었던 조언:

 

"배우는 작품을 쉬고 있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박명수도 비슷하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2인자로 살다가 방송에서 아예 불러주지 않으면 어떡하냐?"

 

"캐스팅이 되고 안되고,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면서는 이 일을 못한다. 그럴때 나름의 방식으로 이겨내고, 또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면 되죠."

 

생각없이 숏츠를 보다가 얻어걸린 이 깨달음이란,, 잉여로움의 선물인건가.

생각해보니 코칭도 그렇다. 코칭 세션 자체에는 인식도 변하고 통찰이 일어난다. 하지만 행동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은 세션과 세션사이다. 그 사이에 고객이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뭔가 하나라도 했을 때, 미묘한 변화와 성장이 일어난다는 것.

 

나의 불안을 내가 하는 일로 연결짓다보니, 이제 잉여로움이 다시 여유로움으로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여유로움을 의연한 모습과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을까?  늦게 일어나더라도 사무실은 가자,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는다. 필사도 빼먹지 말아야지.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추어 장도 보고, 청소도 하고, 정성껏 저녁도 차린다. 그럼에도 시간이 남아, 이렇게 글도 쓰고, 수퍼비전 받은 것도 하나씩 분석해본다. 나의 일이 단순히 먹고사니즘에 국한하지 않고, '수련'의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

 

잉여롭다고 느낄 때 불안은 또 다시 올라올 것이다. 그 때 읽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지금 이 일상은 내 코칭의 깊이를 더해주고, 더 많은 글로 나를 표현하고, 가족들을 챙기는 소중한 여유시간이다. 잉여와 여유의 한끗차이를 되새겨라 정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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