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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페이지의 힘

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2022. 2. 4. 21:49

책을 읽는 것은 input 이고, 글쓰기는 output 이다.

책을 읽을 때는 남의 (정신)나라, 남의 (정신)세계를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글쓰기는 철저히 나의 나라, 나의 세계를 탐험하는 활동이다.

 

물론 나도 처음엔 잘 하지 못했고, 지금도 어렵다.

책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졌을 무렵, 주변 코치님들은 어떻게 하는지 여쭈었다.

어떤 분은 본인이 강의하는 내용을 녹음하고 푼다는 분도 계셨고,

어떤 분은 떠오르는 글감을 그때그때 메모하고, 날 잡아서 글로 푸시는 분도 계셨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방식은 다양했지만, 글 좀 쓴다는 분들의 공통점은

틈나는대로 무언가를 쓴다는 것 이었다.

 

그때 누군가 내게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추천해주었다.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던 그녀는 많은 주변 아티스트들의 창조성을 일깨워주는 도움을 주면서 '모닝 페이지'를 강력한 방법으로 소개했다.

모닝 페이지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냥 떠오르는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다.

양이 많을 필요도, 문법에 얽매이지도 않고, 그저 그 순간에 내가 느끼는 것,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생각들, 나를 붙잡아두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줄줄줄줄 써내려가는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점과 잠을 깼을 무렵의 그 몽롱한 상태에서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때가 2017년인가.. 아마 6개월 가량을 모닝페이지를 위해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인 것 같다.

직장을 다니던 때라 실패하는 날도 많았다. 그 당시 애용했던 에버노트를 들어가보면 나의 적나라한 2017년 일상이 고이 간직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오늘도 6시에 일어나기 실패했다. 젠장이다. 그래도 컴퓨터를 켰다. 다행이다. 며칠 모닝페이지를 못써서 불편했는데 지금이라도 타이핑을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나 따뜻한 커피 한잔이 로망인데 카누가 질렸다. 그래도 뜨거운 커피가 좋다. 그런데 글을 쓰면 커피는 식는다. 내가 지금 뭐라는거야.  아민아러ㅣ마디라ㅣㅁ낭ㄹㄷ재ㅑ램ㄴㅇ루 커피는 역시 아메리카노. 꿈을 꾸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잠을 깊게 못잔것인데 아 원래 나는 꿈을 자주꾼다. 꿈에서......." 

 

말도 안되고, 주제도 없으며, 그저 그 순간을 기록한 지극히 쓸데없는 텍스트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백일 정도 지나니까 얼추 감정에 대해 쏟게 된다. 혹은 전날 있었던 일을 기록하거나, 그 시절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고스란히 담겨졌다. 인상깊은 코칭 실습을 했거나, 중요한 피드백을 받은 날, 잔상이 오래 가는 고객을 만난 날엔 글도 길어지고, 내용도 깊어져감을 느꼈다.

치유적 글쓰기라는 것이 이거였구나.

왜 사람들이 글쓰기를 통해 더 단단해지고, 마음이 여유로워지는지를 깨달았다. 

그때의 그 의식은 작년까지.. 지금까지.. 간간히.. 아주 간간히 이어지긴 했다. 

 

모닝페이지를 통해 쌓아둔 글쓰기 습관으로 책을 낼 수 있었고, 글쓰는 활동이 더 즐거워졌다.

물론 지금 이 블로그의 '모닝 페이지' 코너는 모닝에 쓰는 내용이 아니다. 이브닝이다. ㅋㅋㅋ

몽롱한 시간에만 나오는 매력은 없지만, 이브닝에는 하루가 마감되는 터라 글감이 더 많아지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 쓰였던 내용이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컬럼으로, 내 책으로, 내 소설로 나올 것으로 믿기 때문에 생각날 때마다 끄적거리는 것이다.

모닝이든 이브닝이든 조용한 순간에 내 생각을 정리하는 목적으로 계속 틈나는대로 쓸 것이다.

맞춤법과 주제의 일치, 예시의 적절함.. 따윈 생각하지 않고...그냥 떠오르는 대로~~

 

(이 글은 최근 고객이 올해 '글쓰기가 목표라고' 하여 아티스트웨이 책을 소개했고, 결국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와 좀 더 글을 더 쓰라고.. 나를 채근하기 위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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