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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을의 철학 (송수진)

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2021. 10. 15. 21:57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로 김영하 독서라방에 참여했을 때 '읽을만한 철학책'으로 어떤 분이 댓글로 남겨주신 책이다.

당신은 이 세계 안에서 갑이냐 을이냐 라고 질문을 한다면, 다들 '을'이라고 하겠지.

뭔가 공정하지 못하고, 불합리하고, 당하는 쪽.

갑들의 지위와 권위에 눌려 내 기를 마음대로 펼치지 못한 비루한 존재 (저자의 표현은 '손과 발이 잘려나간')

살면서 이런 느낌을 안가진 자가 있을까.

 

'을'로 지칭되는 많은 노동자, 직장인들이 일을 하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상황을 철학자의 언어와 사고로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가장 힘들때 자신을 구원한 것이 철학책이라고 한다. 너무 고상하고 멋진 탈출구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일할 때 동료들과 점심시간이나 회식시간에 나누었던 사담들도 다 철학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너는 왜 사니?'

'너는 언제까지 여기 있을거야?'

'그걸 어떻게 참고 견뎌?'

'왜 우리는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철학을 나누고 있었는데, 그저 순간의 짜증과 분노에 가려졌던 중요한 질문들이었다.

아마도 다시 만난다면 어느 순간 한계를 경험했을 테고, 바닥을 찍었을 테고,

철저한 고독의 시간을 지나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과 다시 만난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야. 용케도 살아남았네'

'넌 역시 니체다운 삶을 살고 있어'

'수처작주(隨處作主) 하고 있었네. 멋지다'

 

물론 진짜 이렇게 말하면 살짝 돈거 아냐 하겠지만 ㅎㅎ

 

기억에 남는 마지막 글귀

되는 안되든 최선을 다해보는 것, 이것을 철학이 알려줬다. 우리에게 어떤 인과계열이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 변하는 중이고 어제의 우리는 오늘의 우리와 다르니 말이다. 우리를 지나쳐간 수많은 인과계열이 어떤 마주침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건 2천년 전 사람들도 몰랐고, 지금 사람들도 모른다. 그냥 가는거다. 우리만의 철학으로 우리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철학이 내게 준 것들로 오늘도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 일상으로 흘려보낸 것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리고 평범이라 치부했던 일상에 비범이라는 이름표를 다시 붙여주었다. 나를 움직이게 해준 철학이 고맙다. 이 고마운 철학에게 나는 다짐한다. 질문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내 생을 다시 붙잡을 것이라고. 무엇을 하든 자발적 선택을 할 것이며, 혹여나 비련한 아우성 속에서 다시 질식하더라도 이제는 용기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