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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

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2025. 11. 16. 22:38

인류를 걱정하는 반가운 책이 등장했다. AI 열풍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계가 열린 지점을 환영하고 반기면서도,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이대로 괜찮은 건지 걱정이 많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AI뿐 아니라 SNS와 유튜브로 잠식되어 있는 10대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오로지 효율성과 속도에만 집중되어 있는 그들의 삶을 보며 걱정이 크기에, 걱정해 주는 지성인들의 촉과 비판의식에 깊이 동감한다.

 

인스타: 보여주는 삶을 위한 장치

 

아이들뿐 아니라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인스타를 활용한다. 나 역시 1년 전까진 그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사람들의 일상을 볼 때 이상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반가운 건가? 아니면 부러운 건가?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의 댓글이나 좋아요를 눌러야 하는가? 그럼에도 관계는 어색해지지 않길 바라야만 했다.

다시 말해, 그냥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도구로만 활용하면 될 텐데, 어느 순간 ‘내가 정말 기록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인가,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사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새로운 장소나 경험을 했을 때 기록을 남기는 일이 인스타 피드를 의식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예쁜 카페나 여행을 더 좋아하게 된다. 원래 기대했던 새로운 의미 추구나 사색의 공간이 되기는커녕, 예쁜 각을 찾기 위해 애쓰는 내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보여주기 위한 삶의 모습은 직업으로도 확장된다. 프리랜서는 누구든 그런 것이 자기 홍보를 위한 창으로 SNS에 열려 있다.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는 지인들도 있다. 그러나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과한 SNS 홍보의 장은 우리 모두에게 ‘통제 불능의 질투’을 유발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불안을 제공했다면..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의미와 정신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수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더 나아가 몇 주 전부터는 핸드폰의 모든 알림을 꺼두었다. 이메일도, 카톡도, 문자도 내가 의식적으로 확인할 때만 볼 수 있게 해두었다. 어차피 핸드폰은 늘 손 안에 있어 언젠가는 마주치게 된다. 그래서 최소한 알림이라는 수단만이라도 줄여 보고자 했다.

 

경험에 더 집중하는 삶

 

이번 가을은 아름답다. 지난 여름 기후 변화에 공포심이 일었지만, 알아서 흘러가는 계절의 순환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지만 카메라는 켜지 않았다. 눈으로 오롯이 담으려고 애써보았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 보도를 일부러 더 느끼려고 했고, 거실 창 밖의 단풍잎이 몇 가지 색인지 세어보았다. 이 순간의 감각은 저장되지도, 스크롤되지도, 스킵되지도 않는다. 2-3년 전에도 가을이 좋다고 느꼈지만 그때의 사진을 일부러 찾지 않는 것처럼 2026년 가을은 오로지 내 눈과 마음에 담을 뿐이다.

더 빠르고, 정교하게 기술은 혁신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하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저자가 서문에 써놓았듯. '인간은 몸을 갖고 있고, 취약성을 인지하며, 경험 사이를 오가고, 성찰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하고, 유한하다'

 

누군가가 덜 유혹받고, 덜 유해한 시간을 보내도록 돕기 위해서는 기다릴 수 있는 시간과 타인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유한하다’는 우리의 일상을 함께 보내려 애쓰는 이의 곁엔 어떤 귀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제발~ 아들 딸들이 깨달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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