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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2023. 7. 11. 11:28

겸손에 대하여

'꼰대'에 대한 논문을 준비중이다. 꼰대를 파헤치기 위해 권위주의나 나르시시즘을 다룬 논문도 읽지만, 제일 흥미로울 때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꼰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이다. 그 이야기들은 나의 이야기일수도, 당신의 이야기일수도,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나는 꼰대의 구성개념 가운데 하나를 '겸손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겸손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딱 한문장으로 이 책의 제목인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고 믿는 것' 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가 17년간의 수행으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저자는 '초능력'이라고 말하는데 크게 공감이 간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요즘 시대에 살면서 가장 어려운 마음가짐이 아닐까? 성취와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어필할 수 있는 세상에서 나의 확신을 한발짝 물러서고, 그 생각이 어디에서 왔는지, 멈추어 둘러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특히 나이가 들고, 성취 경험이 쌓일수록 우리의 경험과 지식들은 하나의 견고한 성이 되어 성 너머의 세상에 관심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내 친구는 자신이 꼰대 같다고 느껴질 때가 어떤 주제이든 멈칫하지 않고, 거침없이 떠드는 자신을 보았을 때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어떤 주제를 만났을 때, 나는 신나게 떠든다. 그것을 나는 '확신' 이자, '소신' 이며, '통합적이고 균형적인 생각'이라고 우쭐할 때도 있다. 듣는 사람이 나와 생각이 달랐거나 나와 경험치에 차이가 났다면, 어쩌면 '아집'이자 '똥고집' 였을수도 있는데 말이다. 친구가 이야기한 그 순간에 대한 성찰은 나에게 전염되어 잠시 침묵하게 만들어주었다.

꼰대의 반대를 탈꼰대 혹은 성숙한 어른이라고 했을 때, 나는 몇몇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A님은 코칭을 할수록 어렵다고 말한다. B님은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있는 곳에 가면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C님은 모든 결과는 그 사람의 최선이어서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D님은 '무조건' 혹은 '당연히' 라는 표현을 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 분들을 떠올려보니 어딘가 힘을 주었던 부분이 탁하고 풀어진다. 견고했던 성이 살짝 흐트러지면서 새로운 공기가 들어오는 듯 하다. 이것이 저자가 말한 초능력일 것일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주변을 둘러보는 것, 다양한 세계관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겸손의 출발이자 탈꼰대의 모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