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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공감은 지능이다 (자밀 자키) 본문
코칭을 처음 배웠을 때, 목표를 잡거나 질문을 하는 것 말고, 가장 어렵다고 느낀 것은 바로 피코치의 마음을 읽는 것이었다. 적절하게 반영하고, 욕구를 읽어주어야 하는데 이게 그 마음인지 아닌 건지.. 어려웠다. 살면서 공감이 부족하여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지만, 코치에게는 결정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좌절스러웠다. 그러나 지능이 변화할 수 있다는 성장 마인드셋이나 뇌의 신경가소성의 원리를 믿었고, 감수성 훈련도 듣고, 공감이나 친절, 배려와 같은 긍정자원을 예찬하는 저자와 같은 선배님들 덕에 나는 코칭 공부를 중단하지 않았고, 오랜 훈련 덕에 10년 전의 공감 수준보다는 상당히 향상되었다고 믿는다.
공감에는 본능적(정서적) 영역과 인지적 영역이 있다고 한다. 튀르키예 지진을 소식을 접했을 때 느끼는 비참함은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이다. 뛰다가 넘어져 무릎이 깨진 아이를 보았을 때의 안타까움을 느끼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짝사랑을 10년째 하는 친구의 이야기나(그 정도로 열렬히 사랑한 적이 없어서), 사이비 종교에 빠져 인생을 망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무신론자여서)는 여전히 어렵다.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과정에 머리를 쓰기 때문에 당연히 뇌가 지치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이를 자기중심적 공감이라 불렀다. 즉 인간은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공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학자 역시 공감능력의 개발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주는 이득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자기중심적 공감이라도 그 수준을 높이는 것이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하였다(김하진,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생각해보니 나의 공감력이 향상되는 데에는 저자가 이야기한 '접촉'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코칭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공감력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무기력한 대학생'의 이야기가 한 두명이 아니라 열명 스무명이 되자 무기력을 경험하는 순간에 대한 묘사도 제각각이고, 표현도 각양각색으로 다가왔다. 인지적으로 작동하더라도 나의 뇌가 처리하는 속도는 더 빨라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두번 째는 서사적 예술을 통한 간접 경험이다. 사람들이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데 있어서 나는 영화, 연극보다 소설을 읽는 것이 더 강력함을 주장한다. 소설은 작가가 묘사해놓은 글밥들이 이미지로 떠오르기 때문에 좀 더 창조적인 공감이 가능해진다. 또 이미 소설 속 주인공의 팬이 되었기 때문에(마음을 뺏겨버려서) 더 이상 머리를 쓰지 않아도 인물의 모든 말과 행동이 납득이 되는 과정. 이 공감지능이 상승되는 순간일까. 그런 면에서 저자가 쓴 '공감은 현재 시간과 공간에서 풀려나 그들의 세상 속으로 정신적 여행을 떠나는 것' 이라는 표현이 참 반갑게 다가왔다.
혐오가 가득한 세상이다. 누군가는 거리를 두고, 선을 넘지 말라고 하고 또 한쪽에서는 더 많이 접촉하고 다정해지라고 한다. 혐오에 빠져 고립된 사람들의 경직된 마음을 녹이는 것 역시 나는 '공감의 힘'이라고 믿는다. 그들이 제~~발 코치들을 만나 안전한 관계 속에서 마음이 녹는 경험을 하기를..거기서 싹튼 작은 배려와 다정함이 커지길 기원한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뜨거워진다. 훌륭한 코치가 되려나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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