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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산문집) 본문
김연수님의 산문집이다. 상을 많이 받은 훌륭한 소설가이지만, 글쓰기 수업에서 자주 접했던 에세이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는 소설가이기 전에 러너이고, 일상의 경험과 여행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역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 어렸을 때의 추억으로, 또는 방황했던 청춘을 회상하며 글이 시작되고, 지금 이 순간의 가치있고 행복한 인생을 이야기하고, 그것은 곧 달리기와 다름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글이 우아하고, 따뜻하다.
젖지 않는 방법은, 쓰러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믿는 것들을 위해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건 나 자신이 너무나 투명해지는 일이었다. 물방울처럼, 유리처럼 투명해지는 일이었다. 스스로 속이지 않는 마음의 상태,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봐 겁내지 않는 상태, 아닌 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말하는 상태.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건 대단히 가슴이 떨린다. 왜냐하면 거기까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이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했는데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한다면 정말 안 되는 일이니까. 그제야 나는 용기란 한없이 떨리는 몸에서 나오는 힘이라는 걸 알게됐다. 그게 바로 세상의 모든 영웅들이 한 일이다.
어떨 때 나는 소설을 쓰는 일보다 달리기를 더 좋아한다. 소설을 쓰는 일은 끊임없이 나를 긴장시킨다. '정말 여기까지가 다냐?' 라고 항상 물어보지 않으면 마음은 곧 '그래 그 정도면 됐어' 라고 말하기 일쑤다. 하지만 달리기는 다르다. 마라톤은 언제나 내게 최고의 능력만을 요구한다. 나 자신을 좀 속이고 대충해서 결승점까지 들어간다. 이런게 마라톤에는 없다. 결승점에 들어가는 그 순간이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점이다. 그러므로 그 순간만은 나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그 누구의 말에도 상처받지 않는다.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무적의 인간인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가 바로 챔피언'이란 말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마다 붙어있는 상투적인 말이지만, 그 문장을 볼 때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상투적인 문장을 이해하려면 대단히 비상투적인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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