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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대면 비대면 외면 (김찬호)

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2024. 2. 20. 23:23

 

 

코로나19를 지나오는 시기에 누구나 다 그러했겠지만, 나 역시 큰 변화를 겪어왔다. 이사를 했고,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으며, 아이들은 사춘기에 진입했다. 복잡한 절차로 강의에 임했고, 마스크를 쓰고 코칭을 하고, 새로운 온라인 환경을 익히느라 바빴다. 일과 삶에서 변화를 겪으면서 내 마음도 어딘가 큰 구멍이 난 것처럼 힘들기도 했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소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일상을 지탱해왔다.

 

코칭을 하면서, 강의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좌절과 공허함,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감지했다.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볼 때 늘 '코로나 때문에..', '재택을 하다보니..' 라고 하면서 의도와 상관없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겪은 아쉬운 경험과 놓친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것도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들이 말하는 아쉬움의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진짜 연결'의 마음이고, 나의 어려움을 누군가 찐하게 공감해주길 바라는 욕구였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다움에 대해 한발 더 다가갔을지도 모른다.  그 동안 당연하다고 느낀 것들이 진짜로 중요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 역시 몇 가지 확신을 하게 되었는데, 먼저 '학교'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 지식을 쌓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곳이라는 것, 'SNS' 세상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카톡'은 매우 자기중심적인 소통 방식이라는 것, 온라인 코칭도 좋지만, '대면 코칭'이 더 강력하다는 것도 알았다. 무엇보다 사람의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하는 것, 인사를 하는 것, 안부를 묻는 것은 단순해보이지만 만 그 존재를 인정해주는 가장 귀한 경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건 분명 '당연한 소리' 인데, 왜 당연한지에 대한 설명은 꽤나 까다롭다. 익숙했던 것들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에는 더 친절한 설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김찬호님의 <대면, 비대면, 외면> 은 이 '당연한 소리'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다. 코로나로 겪어온 그 낯선 경험들로 인해 우리가 놓쳤던 것을 짚어내고, 가장 인간다운 소통방식과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표정을 알아차리는 것, 눈맞춤의 파워, 공감과 대화의 중요성, 사회적 거리두기의 가장 아름다운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철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심리학 등을 아우르면서 문학 작품과 역사적 인물까지, 공감, 포용, 다양성, 연결의 가치를 이야기하는데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듯, 소곤거리면서도 그 깊이가 남다르다고 느껴졌다. 왠지 이 분의 서재의 책들은 나와 겹치는 책들이 많지 않을까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며칠 전,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했다. 코로나 이후로 그렇게 많은 (나와 연결된) 사람들을 만난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나의 20대부터 현재까지의 삶에 크게 작게 영향을 준 사람들.. 그 분들과 나눈 인사의 시간은 짧았지만, 서로간의 반가움과 감사, 안도, 사랑을 확인하는 강렬한 순간이었다. 김찬호님이 말하는 대면의 가치로 '섬세한 소통이 가능하다' 점에 매우 크게 동의가 되었다. 그날의 '배부른 경험' 덕에 나는 외롭지 않음을 느낀다. (여전히 고립을 경험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나와, 더 많이 접촉하면서 작은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귀찮은데, 왜 꼭 그래야 하나요?' 라고 묻는다면, 이 책을 추천할 수 밖에.

 

 

시선의 속도를 늦추면 마음이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직관이 자라난다. 로그인과 로그아웃이 유연하게 교차하고, 대면과 비대면은 순환해야 한다. 속에서 우리는 관심의 주권을 회복할 있다. 마스크 너머로 주고받던 따스한 눈빛으로 악수를 나누면서, 경청과 환대의 공간을 빚어낼 있다. 팬데믹 시대를 건너가는 사회적 면역력은 거기에서 배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