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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에 대하여

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2022. 1. 29. 22:00

코칭을 하다보면 벽에 대고 소통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부정적인 말만 늘어놓는다거나 문제의 원인을 상황탓으로만 돌린다거나, 질문에 대해 방어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그럴 때..

온전히 그 사람의 말을 믿고, 나만큼은 고객의 편이 되어주어야지,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지..와 같은 마인드 점검을 하고 들어가더라도, 고객이 지속적으로 나를 흔들면 나도 사람인지라 집중력을 잃어버린다.

 

"계속 듣자하니 ~~ 질문은 긍정적으로 끌어내시려고 하는것 같은데, 저는 그에 대한 명확한 생각이 있기 때문에 코치님이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뭐지? 침대축구하나?

평소 같으면 그것 또한 중요한 생각을 반영하는 말이었을거라 생각했을텐데

그의 계속된 어깃장에 내 멘탈은 거기서 무너지고 말았다.

짜증나고, 화가 났고, '당신은 대체 뭐가 그렇게 복잡해?' 마음의 소리가 들리면서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정확히 이 순간부터 고객이 온전하고, 창의적이긴 개뿔 ㅎㅎ '나도 네가 싫다.' '시간이 아깝다' 라는 마음의 소리가 올라왔다. 

다른 관점의 질문으로 (겨우겨우) 그 시간을 채우긴 했지만, 며칠 내내 이 사람의 말투와 태도가 문득문득 떠오르면서 나를 괴롭히기 까지 했다.

 

며칠 전 스승과의 대화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스승님은 내게 

"아부를 좀 더 해라" 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알고 있는 아부의 정의는 '알랑방귀를 뀌거나 싫어도 좋은 소리를 하는 것' 것이었다.

그래서 조언이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그냥 반사적으로 '아부하기 싫은데요'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알아달라고 하는 걸까?'

'지가 똑똑하다는 거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스승님 이야기의 아부라는 것은 '상대의 욕구를 알아주라는 것'

너무나도 기본적인 것이지만, 고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여전히 나는 내 욕구가 앞섰다는 것이 인정되었다. 

 

이제 이 사례로부터의 문제의식은 그 고객이 아니라 나에게로 옮겨졌다.

'나는 왜 '아부'가 불편하게 느껴졌을까?'

'고객의 욕구를 인정하는 것이 왜 어려웠을까?'

'나는 왜 이렇게 그릇이 작은가' ㅜㅜ

 

아부에 대한 이런저런 상념이 떠도는 와중에 그룹코칭에서 만난 고객들과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팀원들에게 칭찬하기'가 이슈였는데 한 팀장님은 일부러, 의식적으로 칭찬을 자주한다는 말에 다른 리더들이 놀라워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뭐.. 따지고보면.. 제가 한 칭찬이 뭐 정답도 아니고, 중요한 말도 아니었고, 그저 그 친구를 기분좋게 하는 걸로 만족하죠, 이게 또 하다보면 그 사람이 그리 보입니다. 그럼 뒤에 하는 중요한 말들이 잘 먹혀들어갈 때가 있어요."

 

오.. 그 순간에 다들 아하. 하는 듯한 그 오묘한 느낌이란!

한 분은 코칭이 끝날때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칭찬도 연기처럼, 하다보면 는다"

 

아부에 대한 상념은 이제 끊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단순한 것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내가 잘났고, 똑똑하고, 열심히 살고 있으며, 그것을 알아주길 원한다.

 

'코치로서 나는 너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거야. 너는 그걸 알아주어야 해'

라는 내 욕구가 앞선 나머지 고객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함을 인정한다. 

 

그래서..결론은

 

"아부도 연기처럼, 하다보면 는다. 그리고 아부로 알아주면, 그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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