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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정코치

[코칭경영원-한국의 코치들] 68. 정지현 코치에게 코칭은 바램을 현실화하는 과정이다

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2024. 5. 6. 20:05

코칭경영원에서 진행하는 정기적인 코치 인터뷰에 실린 내용입니다. 코치로서의 저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생각을 떠들었는데, 텍스트로 옮겨진 것을 보니, 새롭게 다가오는 면이 있네요. 무엇보다 저의 책장안의 소중한 인생책들을 소개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먼데까지 와주셔서 인터뷰 진행해주신 최소영 선임님, 김익환 주임님, 그리고 예쁘게 사진 찍어주신 김종성 코치님께 깊은 감사인사 드립니다. 코치님께서 왜 사진을 찍는 과정이 코칭과 연결되는지 겪어보니 알겠네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정지현 코치(이하 정 코치)는 자신을 호기심이 많아 사람이든 이슈든 요리조리 살펴보고 최적의 방안을 찾도록 도와주는 데 강점이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저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기대나 바램, 입속에서 맴도는 다짐들이 지금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한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현실화시키는 과정이 코칭이라고 생각해요." 정 코치는 개인들이 갖고 있었지만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던 자원들을 끄집어내주고 확대시켜주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며 따사로운 봄볕 아래서 환히 웃었다.

 

ㆍ現)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학력
ㆍ광운대 산업 및 조직심리학 학/석사
ㆍ광운대 코칭심리 박사
경력
ㆍ前) 한국리더십센터 R&D센터
ㆍ前) 삼성SDS 교육컨텐츠 그룹
ㆍ前) 코칭경영원 책임연구원

▼ 정지현 코치 프로필

https://coachingi.com/kr/coach/coach_view.php?idx=1446


좋은 어른을 꿈꾸는 코칭계의 금수저

정 코치는 2006부터 2010년까지 한국리더십센터에 근무하며 코칭이 국내로 도입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때 저는 학교를 막 졸업한 20대였는데 처음에는 말 그대로 지켜봤던 것 같아요. 코칭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회사에 다니면서 그간 해왔던 교육들과 다르게 1세대 코치님들이 너무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공부하시는 게 좀 신기하기도 했고요.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코칭계의 금수저죠.”

그럼에도 코칭이 본인의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코칭 자격 취득은 그때의 제겐 승진 시험에 가까웠어요. 고객들한테 우리 프로그램을 알려야 하는데 제가 전문 코치가 아니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있고, 고현숙 대표 코치도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셔서 했던 건데 앞으로 전문 코치로 살아야겠다는 생각 까진 못 했죠.” 그런 정 코치의 인식을 바꿔준 건 함께 일했던 1세대 코치들이었다.

“코치님들과 같이 일할 때는 잘 모르는데, 친구들과 각자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되게 행복한 곳에서 일하고 있구나’라는 걸 많이 느끼곤 했어요. 저보다 나이도 훨씬 많으신 분들인데 이렇게 저를 존중해 주고 지지해 주는 분들이랑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오랜 기간 1세대 코치들의 성장과 아낌없는 나눔을 지켜보며 떠올린 한 가지 질문, ‘내가 이 단계에서 더 잘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 답은 코칭에 있었다.

 

복잡다단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정 코치를 이루는 한 축이 코칭이라면 다른 한 축은 심리학이다.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 계기를 묻자 정 코치는 자신의 과업 중 하나였다며 웃으며 대답했다. “어릴 때 장래희망을 적으라고 하면 심리학자를 적었을 정도로 원래 심리학을 좋아해서 전공도 심리학이에요. 그런데 코칭을 하다 보니까 연관성이 보이고, 더 연구해 볼 만한 지점들도 보이니까 박사 학위까지 따야겠단 생각을 한 거죠. 심리학에서 발전된 여러 이론들로 파생된 것이 코칭이거든요. 좀 더 깊게 배워보고 싶단 생각이 있었어요.”

그럼 심리학을 배우면 코칭 할 때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며 덧붙였다.

“인간 심리나 행동에 대해서 깊게 공부를 하니까 되게 안 변하는 것도 사람이고 잘 변하는 것도 사람이고… 사람은 너무 복잡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나니 상대가 더 잘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요. 상대의 이면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달까요? 반면 더 생각이 복잡해질 때도 있어요. 예를 들면 KPC 취득을 위한 실습을 할 즈음엔 30분 정도의 패턴이 있는 코칭에 익숙했죠. 그런데 심리학 공부를 하고 나니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싶고 그러다 보니 코칭적 관점이 아니라 심리학적 관점으로 파고들게 될 때가 있거든요. 그럼 항상 시간이 부족하고 머릿속이 복잡해요. 지금은 열심히 공부한 것들을 잘 정리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잘 정리해서 체득하면 10년 후엔 박사 학위 취득이 저의 확실한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칭으로 굴러온 삶

전문 코치로 활동을 시작한 뒤로는 1세대 코치들에게 ‘정지현 많이 컸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웃은 정 코치가 인상 깊게 기억하는 순간은 나만의 코칭 과정을 묶은 『요즘 애들은 츤데레를 원한다』(2019) 출판 경험이다.

“KPC 자격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코칭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을 때가 30대였는데 코칭경영원 코치님들은 대부분 임원 코칭을 하시잖아요. 근데 당시의 제가 임원 코칭을 할 수는 없었고, 저만의 고객을 너무 찾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선 친구나 후배들 코칭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진짜 코칭이 필요한 사람들은 우리 또래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냐면 임원분들은 마음먹은 건 할 수 있는 분들이시거든요. 예를 들어 조직 변화를 위해 조직 개편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사람들인 거예요. 그런데 제 고객들은 말단 사원이니까 본인의 영향력으로 회사를 바꿀 수는 없거든요. 할 수 있는 거라곤 마인드를 조금 바꾼다거나 사소한 자기만의 무엇을 찾는 게 전부죠.”

이 과정에서 약간의 무기력함과 안타까움을 느낀 정 코치는 페이스북에 ‘직장인 3년 차 코칭’이라는 공고를 올리고 신청자를 받았다. 신청자는 예상보다 많았다. “신입 사원이나 청년을 위한 코칭이 흔치 않기도 했고 신청자의 연차와 나이대가 비슷하다 보니 고민거리도 비슷하고 코칭 솔루션을 적용하기도 수월했는데 마침 MZ 세대 얘기가 나오기 시작해서 함께 묶어 책도 내게 됐죠. 처음으로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의 즐거움을 느꼈던 순간이에요.”

최근에는 인간의 발달 단계, 나이(Age)에 관심이 많다며 자신의 삶은 코칭으로 굴러왔고 굴러갈 삶이라고 말했다. “저는 계속 ‘내가 이 단계에서 더 잘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있는데요, 제 또래들이 이제 50대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관심이 그쪽으로 확장되는 거 같아요. 수많은 중년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코칭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잘 마무리하고, 남은 삶을 잘 살도록 하기 위한 생애설계 코칭에 관심이 많아요.”

 

모두가 코치일 수 있다면

하지만 좋은 어른, 좋은 세상, 좋은 삶이라는 건 너무 막연하지 않나? 이에 정 코치는 최근의 화두를 꺼냈다.

“요즘에 코치들이 많이 양성되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처음엔 이걸 나의 경쟁 상대로 봐야 하나, 내 파이가 줄어드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근데 제가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코칭을 시작한 것처럼, 되게 시니컬하고 개인주의적이었던 제가 코칭을 배우고 나서 점점 사람다워졌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생각이 바뀌었어요.”

정 코치는 두 번째 직업이 코치인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며 덧붙였다.

“저는 코칭 생태계가 커질수록 세상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코치가 많아졌다고 내 밥그릇을 뺏긴다 이건 아닌 것 같고,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두 번째 직업으로 코치가 되면 되게 좋겠다 싶은 거죠. 교수인데 코치, 약사인데 코치, 요리사인데 코치. 이런 식으로 메인 잡이 있고 코칭을 서브로 하면서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코칭의 가치를 갖고 산다면 좋지 않을까요? 메인 잡에서 코칭적 접근법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거든요. 저는 이게 코칭 생태계를 좀 더 전문화하는 요소라고 생각하고 좀 더 나은 세상, 좋은 삶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이 관점에서 코칭 교육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은 사실은 인생 전체로 보면 전혀 아까운 게 아니라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그렇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동력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정 코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함께 일했던 코치님들이 정말 많이 지지해 주셨어요.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도 저와 일하면 든든하다는 말을 진짜 많이 해주셨고 또, 제게 ​‘빈칸을 채우는 탁월한 역량이 있다’고 해주셨거든요. 원하는 것의 핵심을 파악해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저의 강점이 코칭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응원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1세대 코치들의 강력한 지지를 무기 삼아 걸어온 정 코치의 목표는 전공인 심리학과 연결되어 있다. “저의 큰 축인 코칭과 심리학을 잘 연결해 보고 싶어요. 코칭에서 구현되는 여러 심리학적 원리를 누구보다 잘 설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또 연구 영역에서 코칭은 노다지에 가까운데, 코치들의 전문성이 발전하는 과정에 대한 일종의 ‘코치 발달 단계’를 연구해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코칭 실무와 연구 역량을 갖춘 코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정지현 코치와 '책'

추천도서

- 흔히 코칭 하면 존 휘트모어와 GROW 모델이 떠오르지만, 그 영감의 원천은 바로 이 책이다. 테니스 코치로 활동한 저자는 프로 선수들의 성장은 체력도 스킬도 아닌 바로 '내면의 적'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잠재력 계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끌어내기 위한 파트너의 중요성을 알린 '코칭'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 존경하는 심리학자인 매슬로우의 사상을 정리한 책. 교과서의 한 지면을 차지하는 욕구 위계 이론만으로는 매슬로우를 이해하기 힘들다. '인간 본성에 관한 믿음을 가지고, 착한 사람들이 모여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할 지식이 필요하다'라고 밝힌 그는 인간의 성장 욕구, 자기실현 동기, 절정경험과 창조성 등을 강조함으로써 인본주의 심리학을 이끌었다. 휴머니스트 심리학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 늑대 무리에서 개가 인간과 가장 친해진 것. 원시인에서 우리(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것은 적자생존의 원리보다는 '다정함(친화력)' 때문이었다는 아름다운 메시지가 담긴 책. 타인에 대한 짙은 감수성을 가진 자들은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었고, 그래서 혁신이 가능했고, 더 많은 연결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대화를 하고, 마음을 알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연결성, 공동체의식 같은 가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모든 사람들의 다정함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기회가 될 때마다 추천하는 책이다.

- 모든 종류의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지만 학벌, 재력, 성별, 외모 등의 이슈로부터 나는 과연 자유로운 존재인가?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움이 밀려왔고, 저자가 말하는 '온전한 존재로 사람을 수용한다는 것', '잘못된 삶(wrong life)'은 누군가의 정의로 내려질 수 없다는 것, 말 그대로 '인간 실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가슴 한구석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장애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누구나 경험하는 '소외'를 다루는 책이다. 무엇이 존중이고, 무엇이 존엄한 삶인 것인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코치, 상담사, 선생님 등에게 추천하고 싶다.

- 책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소중한 책. 내면의 창조성을 발견하도록 돕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어 있지만, 꼭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예술가가 아니어도 자신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소소한 변화를 추구하려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도움 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모닝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는 내 일상의 습관이 되었다.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이 꿈틀대는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고, 코치들에겐 ‘셀프코칭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