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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put/일상의 배움

2025 정지's Self Awards

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2025. 12. 30. 23:13

2025년이 끝에 다다랐다. 

올 연말은 모임이 거의 없었기에.. 혼자서라도 한 해를 셀프로 성찰해본다. 

 

2025년 10대 뉴스와 성찰

 

1. 호스트로서의 여행 & 게스트로서의 여행

7월에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70대 엄마, 10대 딸, 5살 조카와 함께. 예상은 했지만 무척 고되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3대를 잘 이끌고 다녀야 한다는, 최고로 좋은 것들을 경험해주고 싶은 책임감이 가득했다. 몸은 고되어도 중간에 끼어 엄마의 조수역할을 자처한 중학생 딸이 꽤 어른스럽게 느껴져 기쁘기도 했다. 호스트로서의 여행은 당분간 쉬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12월에는 남편이 모든걸 떠맡은 게스트로서의 여행을 일본으로 다녀왔다. 그저 따라다니기만 한, 완벽한 게스트로서의 여행. 남편의 노고와 사랑이 느껴졌다. 늘 느끼지만 여행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누구와 함께 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제주도와 일본 여행에서 나는 놀랍게도 거의 사진을 찍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SNS와도 멀어진 한 해를 보냈다. ㅎㅎ

 

2. 입시 학부모로의 첫발, 입시 컨설팅

처음으로 입시 학부모 다운 경험을 해보았다. 입시 컨설팅 받아보기. 꽤 비싼 값을 치르고(코칭비보다는 저렴한) 예약도 하고, 1시간 남짓 하나마나한 잔소리를 듣는 경험을 했다. 이것 역시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난다.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준 (그간 없었던) 엄마의 역할을 해준 것 만족한다. 여전히 입시 관련 용어들이 익숙치가 않다. 내년에는 이 역할에 대한 경험과 고민에 머리 터지겠지만, 일단은 '시작'을 한 것에 의의를 두기로.. (아들, 함께 화이팅!)

 

3. 고속노화의 끔찍한 경험

올해 가장 큰 두려움은 '고속노화'의 현상을 생생하게 겪었다는 것. ㅠㅠ 노안은. 뭐 이제 일상으로 자리잡아 적응중이고, 연말에 손가락 관절염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안펴지는 경험. 덜 쓰면 나아지겠지 했던 마음은.. 젊음에 대한 안일함이었나. 이것 역시 이제 평생 가져가야 할, 관리해야 할 건강항목이라는 것이 여전히 믿겨지지 않는다. 주사와 물리치료로 펴진 손을 보면서 다짐을 했다. '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 자만하지 말고' (노안을 경험하면서 '눈먼 자들의 도시' 소설이 생각났다. 관절염을 소재로 한 소설은 어디 없을까)

 

4. 심리학을 무기로 삼은 코칭 프로젝트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심리학'을 공식적으로 내걸진 않았으나 연초에 진행했던 임원 대상 '심리학 과외'를 하면서 앞으로 내가 더 일해야 할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나의 관심사와 타인의 관심사가 맞닿은 지점을 고민하던 차에 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내년엔 이 부분을 좀 더 확장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5. '청출어람' 평가를 들었던 H 프로젝트

올해 가장 큰 프로젝트였던 H사 과정개발과 강의. 빡센 일정을 무사하게 잘 끝낸 것도 좋았지만, 내가 존경하는 분들과 함께 해서 더 좋았고, 무엇보다 결과가 잘 나온 것에 대해 존경하는 코치님이 전화를 주셨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정지! 정말 훌륭하고 잘했다.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청출어람? 정말 자랑스럽다' 후배에게 이런 이야기도 전할 수 있는 그의 담대함이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후배에게 그런 인정을 해줄 수 있는 날을 고대해본다. 감사합니다. 도유님.

 

6. 주도성과 전문성, L 프로젝트

R&D가 가능한 코치라는 점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때때로 남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점이 가끔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나를 믿고 의뢰해준 고객사가 있었고, pm 역할로 참여한 프로젝트가 연초에 잡혔다. 훌륭한 코치님들 속에서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이 망설여지는 순간도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해야할 부분을 빠르게 찾고, 의견을 내고, 바꿔 나가는 경험을 통해 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조수용님의 '일의 감각', 송길영님의 '그냥 하지 말라' 책의 교훈이 딱 들어맞는 경험이었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흐름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소한 일을 큰일처럼 대하는 마음가짐=감각의 원천', '성실'은 의미를 밝히고 끈기있게 헌신하는 것. 그것이 진정성. 내년에도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면, 이 경험을 깊이, 소중히 되새겨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7. KSC 합격

분기별로 자신감과 좌절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탈락의 고배앞에 좌절의 순간도 분명 있었고, 잘 안될거라는 부정적인 믿음도 강했던 것도 사실. 코칭 자격을 왜 따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인정해보려 한다. 이게 안되었다면, 꽤나 무거운 '미해결 과제'가 될 뻔했다. 자격증은 코치 여정의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실패의 경험을 파헤치고, 숙고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이 가장 컸다. 그 경험이 나름 괜찮은 것 같아... 내년에는.. 또 ..도전..?

 

8. 딸 키우는 재미

중2병을 이겨내는 딸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스스로 '어리석었다'고 내뱉을 만큼 딸은 성숙해졌다. 여전히 그녀의 마음 속에는 수치심과 불안이 자리잡고 있지만, 그 마음도 꺼내주어 엄마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아이들은 원래 그렇게 부딪히며 성장해나가는 것 같은데, 정작 엄마인 나는 왜 그렇게 속을 끓였을까... 아이가 중2병을 이겨냈다..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엄마로서의 내 불안이 많이 잠재워진 한 해였다. 인생 반 만큼 살았는데, 반 정도의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휴우

 

9. 논문 코칭

동료 코치님의 박사 논문을 쓰는데 도움을 주었다. 여행 중에 코치님이 '최종 심사가 통과되었다' 라는 톡을 본 순간, 내가 더 기쁘고 희열을 느꼈다. 논문지도도 아니고, 방법론에 대한 조언도 아니었다. 그저 논문에 쓰일 가설 모델에 대해 이런저런 토의를 했고, 지도교수님과의 관계에 대해 얘기할 뿐이었다.확실한 것은 한 번의 대화가 아니라 코칭 처럼 연결된 대화였고, 주기적인 만남이 있었다는 것. '남을 성공시키면, 네가 성공할 것이다' 옛 멘토들이 해주신 말씀들이 가슴에 콕 박혔었는데,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작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 기세를 몰아.. 또 다른 박사 후보자에게 프로포즈했다. 내년엔 당신이오.^^

 

10. 내 호기심의 원천. 넷플릭스와 소설

올해는 아쉽게도 100권 챌린지에 못미치는 43권에 그쳤다. 하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소설을 많이 읽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한강 <소년이 온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성해나 <혼모노>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그리고 정지의 넷플릭스 최고의 컨텐츠

소년의 시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플로리다 프로젝트, 퍼펙트 데이즈, 흑백요리사2, 피지컬 아시아, 폭싹 속았수다 등.

 

없는 시간 쪼개가며 열심히 읽고, 보았는데, 이거 너무 아까워서.. 차곡차곡 메모해 둔 것들을 가지고, 내년에 새로운 프로젝트로 연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은 되는대로' 이동진님의 명언대로, 열심히, 또 잘, 아니 사실은 조금 짜증도 내면서, 그렇게 지내온 한 해였다. 며칠 전 받은 질문, 당신의 꿈은? 비전은? 익숙하고도 낯선 질문에 여전히 어버버 했지만, 결국 내가 추구하는 것은 적당히 행복한, 그리고 늘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사소한 일상과 방랑하는 마음 속에서 나만의 컨텐츠가 생겨나는 것을 즐기는. 그렇게 해서 전문성이 향상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그런 미래를 꿈꾼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다이나믹한 일상이 몰아치기를, 짜증도 나고 욕도 하겠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해내는 내가 되어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