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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y (Coaching + Psychology)/코치를 위한 심리학

노포 맛집의 현대화_코칭심리학 탄생기

빈칸을 채워주는 사람 2021. 9. 28. 23:39

 

100년 역사를 가진 노포맛집이 있다. 또 저쪽에는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있다. 들여다보니 노포와 프랜차이즈의 설립 배경과 추구하는 가치는 비슷하다. 프랜차이즈는 노포의 전통 방식을 많이 참고했고, 노포는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기술과 운영방식에 관심이 많다. 둘은 제휴하기로 한다.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력하기로 하면서 레전드로 남을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기존 메뉴 분석, 설계, 시식, 검증을 시도한다. 내가 생각하는 코칭심리학이란, 바로 이 노포맛집의 현대화. 라고나 할까. ㅎㅎ


현재 나는 코칭심리학(coaching psychology)이라는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 글에서는 내가 하고 있는 코칭심리학이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지 간략하게 설명한다.

 

역사 속 지적인 발견들의 세계가 학문이다. 새로운 학문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학문도 생겨나는 것은 역사의 자연스러운 부분의 하나일 것이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쌓아올린 지식 체계에서 유사한 주제들로 새로운 이론 생기기 시작하면 하나의 분파가 생겨나고, 분파 속에 모인 연구자들은 쌓아올린 이론들이 사회에 이롭게 쓰이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코칭심리학'이 학문의 한 영역으로 존재하기 전에 이미 코칭은 시작되었다. 1980~90년대 스포츠 코치들의 훈련 방법(마인드 컨트롤)을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코칭은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방식, 리더에 대한 관점, 개개인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방법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유사한 시기에 긍정심리학의 탄생과 확장 과정에서 수많은 동기부여 전문가들이 '코칭'이 개인의 의식을 고양시키고, 우리 삶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도구로 소개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코칭의 정의, 배경, 철학과 핵심 스킬 등이 심리학의 이론을 적용시킨 것이며, 코치들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아들러, 칼 로저스, 매슬로우, 마틴 셀리그만 등의 심리학자들을 소환했다.

 

코칭을 공부하다 보면 이건 어디에서 온 걸까? 궁금할 때가 많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 시초인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의 균형, 조화를 강조하는 동양철학에서 온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코칭은 다양한 근본 학문들의 DNA를 갖고 있고, 개인의 성장, 발전, 잠재력 개발의 측면에서 관련된 모든 학문과 실용 지식을 짬뽕시킨 흥미로운 주제이다.(코칭의 역사적 기원을 살펴보고 싶다면, 비키브록의 '코칭의 역사'를 참고바람)

 

심리학 전공생들에게 심리학이 무어냐고 물으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정의가 있다. 바로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학문' 이라고, 왜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고 서로 지지고 볶는가?를 100년이 넘게 연구하는 사람들이 심리학자들이다. 초기 심리학자들의 관심은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을 고치는 데에 있었다. (반대로 '어딘가 뛰어난' 사람들도 연구하기 시작한다. 지능이 개념화되고, 적용되면서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이란… 휴우) 독특한 행동을 보이는 개인의 문제를 교정하고, 치료하는 데에 숱한 세월을 보내다 돌연, 심리학자들이 각성을 한다. 문제점만 보지 말고, 건강한 면을 주목하자. 건강한 일반인들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도록 돕고,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지도록 만드는 것이 심리학의 존재 이유 아닐까? 이것이 긍정심리학의 탄생 배경이다.

 

종합해보면, 건강한 일반인의 행동 변화를 추구하는 코칭의 영역에 심리학적 이론과 지식을 접목시킨 것이 코칭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동기, 인지, 정서 등 유구한 역사의 살아숨쉬는 심리학의 이론과 지식을 코칭 접근으로 헤쳐모여! 했다는 느낌? 더해서 헤쳐 모인 것들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을 토대로 '코칭, 그거 유행이 아니라 진짜 효과가 있어'를 강조하면서 확대시키려는 노력이 바로 코칭심리학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심리학의 역사로 보자면, 코칭심리는 꽤 최근에 등장한 학문이며, 코칭심리학에 대한 정의 역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Grant와 Palmer(2002)는 "정상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기존의 치료적 접근방법에 근거해 다양한 코칭모형들을 토대로 일과 일상생활에서 이들의 웰빙과 수행을 증진시키는 것" 이라고 하였고, 이후 Palmer와 Whybrow(2006)가 "성인학습과 심리학적 접근법에 기반한 코칭모델에 의해 뒷받침되며, 사람들의 삶과 일에서 안녕과 성과를 높인다는 목표를 가진다"라고 하였다.(선배님들이 많은 고민을 하신 것 같다.ㅎ)

두 정의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것은 코칭의 대상이 비단 '정상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을 지닌 개인도 코칭접근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제코치연맹(일종의 프랜차이즈 연합같은 느낌)은 코칭과 심리치료, 컨설팅의 영역 구분을 엄격히 하고, 코칭의 영역이 아닌 부분은 해당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권고하지만, 코칭심리학에서는 고객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아마도 현대 세계가 너무 빠르고 복잡하기 때문에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건강한 일반인들도 일시적인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누구에게나 코칭은 필요할 것이다. 심리학 출신의 코치들(특히 임상 및 상담)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ㅏ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다루는 훈련을 해왔으므로 피코치의 깊은 내면을 다루는 코칭에 능숙할 것이다. 또 정신 역동이나 정서중심치료 등 다양한 접근 방법을 활용한 코칭도 가능하다.

 

코칭의 대상이 확대되는 변화에는 동의하는 바이지만, 나는 솔직히 이 부분은 굉장히 조심스럽다. 심리학의 역사에서 본 것처럼 상담의 접근법과 코칭의 접근법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피코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코칭의 전략과 질문의 방향과 코칭 프로세스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어떤 피코치를 만나더라도 그가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을 보이더라도 고객에게 맞춤형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게 궁극적인 목표인데, 그 경지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공부, 수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학문적이든 실용적이든 그 영역은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경계의 실체는 없다. 어느 소속으로 누구와 함께 연구했고, 무엇을 참고로 했는지가 다를 뿐. 소크라테스와 예수, 공자의 사상이 우리 몸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듯이 심리학과 코칭 역시 그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큰 뜻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니 노포와 프랜차이즈가 손잡은 '코칭심리학'은 아마 앞으로 상당한 발전있을 것이다.

 

노포맛집에서 배우고, 프랜차이즈 식당에 취업한 내 입장에서는 노포의 현대화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가.. 숙제가 되겠다. :)

 


비키 브록(2015). 코칭의 역사

탁진국(2019). 코칭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