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극단의 시대와 개인을 읽는 법 (에릭 호퍼: 맹신자들)

내 관심사 중 하나는 사이비 종교(JMS, 신천지 등)에 빠지는 사람들, 극우주의자나 과도한 민족주의에 기울어지는 사람들, 그리고 음모론에 깊이 매혹되는 사람들의 심리다. 얼마 전 전한길 씨의 최근 행보를 보며 다시 생각했다. 한때 촉망받던 사람이 어떻게 저토록 단단한 확신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을까.
이런 생각은 낯설고 과격해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되풀이된다. 그들의 확신 뒤에는 어떤 심리적 구조와 신념, 가정이 있는걸까. 이 질문은 내가 기업에서 강의를 하너가 코칭을 할 때도 자주 떠오른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생각에 너무 빨리 잠기고, 판단과 결정 역시 지나치게 빠르다. 그래서 나는 틈틈이 관련 연구를 찾아 읽었고, 결국 이 주제(꼰대)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심리학은 이 현상을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1. 인지적 종결 욕구(Need for Cognitive Closure): 불확실한 상태를 오래 견디기보다,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싶어 하는 성향.
2. 낮은 인지적 유연성(Low Cognitive Flexibility): 기존 생각을 수정하거나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향
3.집단 동일시(Group Identification): 개인을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보기보다, 자신이 속한 집단과 강하게 동일시하는 성향
4.몰개성화(Deindividuation): 군중 속에서 개인적 책임감과 자기인식이 약해지면서, 집단의 분위기와 행동에 쉽게 휩쓸리는 상태
5.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과소평가하는 경향
나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학자들의 책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책이 있다. 바로,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The True Believer). 에릭 호퍼(Eric Hoffer, 1902~1983)는 미국의 사회철학자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종교, 혁명, 민족운동 등 겉으로는 서로 다른 대중운동들이 그 이면에서는 놀랄 만큼 비슷한 특성을 공유한다고 말한다. 특정 이념의 옳고 그름이나 자신의 호불호를 따지기보다, 대중운동 자체가 작동하는 구조를 보겠다고 선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특정 진영을 옹호하거나 반박하는 정치 평론이라기보다, 대중운동의 본질에 대한 개인의 단상을 엮은 것이고, 그의 가설일 뿐이다. 1950년대에 나온 책이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특정한 논리에 끌리고, 그 확신은 어떻게 그렇게 단단해지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이 책은 여러 이해를 돕기에, 고전으로 회자된다.
아래는 책을 읽으며 메모해두었던 그의 단상들이다.

어떤 글은 뼈맞은 듯 아프지만, 호퍼에게서 가장 크게 받은 메시지는 결국 이것이다.
"개인이 자기 삶을 자기 것으로 살아가고, 자기 정체성과 화해하며, 삶에 대한 기본적인 만족과 창조성을 회복할 때 비로소 맹목적 숭배에서 한 걸음 떨어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모든 대중운동을 같은 그릇에 담아 설명하는 방식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운동,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운동,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는 움직임까지 모두 개인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처럼 읽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사회운동은 결핍 동기보다 성장 동기와 윤리적 열망, 공동체적 책임감이 더 큰 동력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사람들의 사회참여를 단지 상처 입고 고장 난 개인들의 총합으로 보지는 않는다. 자기만의 정의감, 대의, 인류애, 공동체 의식을 품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호퍼님, 주체적인 생각을 가지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간계 건강한 개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간과하신 듯 합니다. 21세기를 안살아봐서 그러실 수 있죵~)
그럼에도 이 책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매일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고, 전쟁은 계속되며, 극단적인 지도자들은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런 세상을 바라보며 가끔은 나 역시 어느 한쪽의 서사에 과도하게 기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그래서 더 중요해지는 것은 어떤 진영의 언어를 빠르게 흡수하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천천히 판단하며 자기 결정에 책임지는 힘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느낀다.
-내가 왜 이 말에 끌리지? (내가 어떤 상태이길래? 나는 누구이길래?)
-이 생각은 정말 내 것인가?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견디는 힘도 중요하다.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중요한 것은 결국 나만의 ‘해답’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가야 하고, 그 답을 자기 안에서 계속 굴리고 되새기며 다듬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의견 들어보기, 점잖게 냉소하기, 웃으면서 반박하기, 혼란스러울 때는 흔들린다고 인정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 나는 앞으로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넘쳐나길 바란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댄 애리얼리, 2024)
-불확실한 걸 못 견디는 사람들 (아리 크루글란스키, 2024)